아파트를 알아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로열동’과 ‘로열층’입니다.
“여기는 로열동이라 조금 비싸요.”
“같은 평형인데 로열층이라 호가가 높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에도, 건축물대장에도 ‘이 집은 로열동입니다’라는 표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로열동과 로열층을 정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특정한 누군가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거주자의 선호가 거래가격에 반복적으로 반영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시장의 서열에 가깝습니다.
같은 아파트인데 왜 가격이 다를까?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전용면적이라면 가격도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전용 84㎡라도 한 세대는 앞이 탁 트여 있고 남향에 가까운 반면, 다른 세대는 앞 동에 시야가 막혀 있을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이나 단지 출입구와 가까운 동이 있는가 하면 매일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하는 동도 있죠.
결국 아파트 가격은 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일조량, 조망, 방향, 동 간 거리, 소음, 사생활 보호, 커뮤니티 접근성, 학교와의 거리, 주차장 출입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선호하는 조건을 많이 갖춘 동이 흔히 말하는 로열동이 됩니다.
그렇다면 로열층은 몇 층일까?
“15층 이상이면 로열층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로열층 역시 아파트 높이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20층짜리 아파트와 40층짜리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층은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으면서 일조와 조망이 확보되고 외부 소음이나 보행자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층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한강이나 바다, 공원처럼 특별한 조망이 있는 아파트는 높은 층의 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앞이 완전히 트인 단지라면 중층에서도 충분한 조망과 일조를 확보할 수 있어 층에 따른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즉, ‘몇 층부터 로열층’이라는 공식보다 해당 단지에서 사람들이 어떤 층을 선호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열동·로열층이면 무조건 좋은 집일까?
여기서 부동산을 볼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로열동·로열층이라는 말 자체보다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물 광고에는 ‘로열동’, ‘로열층’, ‘귀한 매물’ 같은 표현이 흔하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매도자가 생각하는 로열동과 실제 매수자가 돈을 더 지불하는 동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동·층별로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현재 매물의 호가까지 함께 살펴보면 어떤 조건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지 훨씬 명확하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동의 중고층이 비슷한 시기에 반복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파트를 볼 때 ‘가격의 이유’를 찾아보자
부동산 임장을 갈 때 “여기가 로열동인가요?”라고 묻는 것도 좋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 이 동이 더 비싼가요?”
이 질문을 던지면 아파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남향이라서인지, 앞이 공원이라서인지, 지하철역과 가까워서인지, 초등학교 통학이 편해서인지 하나씩 이유를 찾아보는 겁니다.
결국 좋은 아파트를 고르는 능력은 비싼 집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 집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로열동과 로열층은 누군가 정해 놓은 등급이 아닙니다. 수많은 실거주자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아파트를 보러 간다면 “여기가 로열동인가요?”에서 끝내지 마세요.
“이 집의 가격에는 어떤 이유가 숨어 있을까?”
그 질문부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표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