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의 소비가 심상치 않다. 술을 덜 마시고 커피를 줄이는 것은 물론 사람을 만나는 횟수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카드 지출액이 감소하고 현장결제 역시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0대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때 ‘플렉스’, ‘욜로’와 같은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20대가 이제는 커피 한 잔, 술 한잔, 친구와의 약속까지 비용을 따져야 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도대체 20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대 소비 감소, 커피와 술부터 줄인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월세나 통신비처럼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은 당장 줄이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외식, 카페, 술자리, 쇼핑 같은 변동지출이다.
20대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마시던 커피를 줄이고, 퇴근 후 술자리를 피하고, 배달음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각각의 금액만 놓고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한 달 동안 반복되면 적지 않은 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절약이 단순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만나는 횟수까지 감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를 한번 만나도 식사와 커피를 함께하면 수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술자리까지 이어진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국 약속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절약 방법이 되는 셈이다.
커피 한 잔도 사치? 달라진 20대의 소비 기준
과거에는 커피 한 잔이나 친구와의 저녁 식사를 ‘일상적인 소비’로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격 자체보다 소득 대비 체감 부담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소득이 비슷한 속도로 증가한다면 소비 여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원의 가치가 이전과 같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의 기준도 ‘사고 싶은가’에서 ‘꼭 필요한가’로 바뀐다.
커피를 마시기 전 가격을 보고, 배달앱을 켰다가 최소 주문금액을 확인하고 닫는다. 술자리 약속을 잡을 때도 이번 달 카드값부터 생각하게 된다.
사치의 기준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20대가 지갑을 닫으면 경제에도 영향
20대 소비 감소를 단순히 한 세대의 절약 습관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청년층의 소비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외식업, 카페, 주점, 패션, 뷰티 등 젊은 소비층의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특히 오프라인 현장결제 감소가 이어진다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 감소는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는 고용과 임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가계는 다시 소비를 줄인다.
경제에서 우려하는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것’
물론 절약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은 개인의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20대 소비 감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비를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다.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면 건강한 절약일 수 있다. 반면 생활비 부담과 소득 불안 때문에 커피와 외식은 물론 인간관계에 필요한 지출까지 포기하고 있다면 전혀 다른 문제다.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고, 가끔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까지 사치처럼 느껴지는 순간 소비심리는 이미 상당히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
20대의 닫힌 지갑, 다시 열릴 수 있을까
결국 핵심은 소득과 미래에 대한 기대다.
사람들은 앞으로 소득이 늘고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의 소비에 비교적 적극적이다. 반대로 취업이나 소득, 주거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당장 돈이 있더라도 지갑부터 닫게 된다.
그래서 20대가 술과 커피를 줄이고 사람까지 덜 만난다는 현상은 단순한 유행으로 넘겨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이 아까워지고 친구와의 약속마저 비용부터 계산하게 되는 사회.
20대가 갑자기 소비를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가격이 그만큼 비싸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