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과 공급망 보호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이상기후와 농촌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과 농업로봇을 결합한 스마트농업이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후위기까지…불안해지는 식량 공급망
최근 세계 식량 공급망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가 간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면서 주요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입을 장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한파 등 잦아진 이상기후도 농업 생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농산물은 기후와 재배 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생산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안정적인 농업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전략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10년 뒤 농업은 누가 맡나
또 하나의 문제는 빠르게 진행되는 농업인 고령화다. 현재 농업 현장의 상당 부분을 고령 농업인이 담당하고 있어 앞으로 10년 안에 많은 농업인이 은퇴할 경우 노동력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년층의 농촌 유입만으로 부족한 인력을 모두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농업은 파종부터 재배 관리, 방제, 수확까지 노동집약적인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AI 농업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 농업로봇, 단순 자동화 넘어 ‘정밀농업’으로
미래의 농업로봇은 사람이 하던 일을 단순히 대신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AI와 카메라, 각종 센서를 활용해 작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고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작물과 잡초를 구별해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거나, 병충해가 의심되는 작물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농기계는 넓은 농지를 이동하면서 파종과 방제, 수확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드론과 로봇, 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결하면 토양과 수분, 온도, 작물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밀농업도 가능해진다. 비료와 농약, 물을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로봇이 농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시키는 기술
AI 로봇의 확산을 일자리 감소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는 사람이 부족해 유지하기 어려운 생산 현장을 기술이 보완하는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농업로봇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 데이터 확보, 농촌 통신 인프라, 영세 농가의 기술 접근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실제 농가가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농촌 고령화라는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을 활용한 농업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농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입되느냐보다 AI와 데이터, 로봇을 활용해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농촌의 일손을 대신하는 로봇에서 식량 생산을 책임지는 AI까지. 첨단 기술이 미래 농업과 식량안보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