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이 확정됐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 규모는 820조9000억원, 사실상 821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이다.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무려 93조원 증가한 규모로, 증가율은 12.8%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의 10.6%를 넘어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경제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점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AI와 미래 성장산업, 청년 지원, 양극화 대응 등에 재정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26~2030년 재정지출, 1천조원 돌파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지출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2026년 본예산 727조9000억원에서 2027년 820조9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2028년에는 894조6000억원, 2029년 957조4000억원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2030년에는 1005조200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정부 총지출 1천조원 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5년간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8.4%다. 다만 연도별 증가율은 2027년 12.8%를 정점으로 2028년 9.0%, 2029년 7.0%, 2030년 5.0%로 점차 낮아지는 구조다.

국가채무 1700조원 시대, 나랏빚 우려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이면에는 국가채무 증가라는 부담도 있다.
국가채무는 2026년 본예산 기준 1413조8000억원에서 2027년 1519조8000억원, 2028년 1600조3000억원, 2029년 1659조1000억원을 거쳐 2030년 1734조10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4년 사이 약 320조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관리재정수지는 2027년 3조1000억원 적자까지 크게 개선되지만 이후 다시 악화될 전망이다. 2028년 48조원, 2029년 83조4000억원을 거쳐 2030년에는 100조8000억원 적자로 확대된다.
따라서 ‘나랏빚 100조원 급증’이라는 표현을 볼 때는 국가채무 증가액과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정지출 확대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히려 하락
흥미로운 부분은 나랏빚의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데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장 낮아진다는 점이다.
2026년 본예산 기준 51.6%인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 48.3%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후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자체는 늘어나지만 경제 규모인 명목 GDP가 함께 증가하면서 채무비율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채무비율이 낮아진다고 해서 재정 부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경제성장률과 세수 증가가 정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채무비율 역시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821조 슈퍼예산, 결국 핵심은 경제성장
2027년 821조 슈퍼예산의 핵심은 단순한 정부 지출 확대가 아니다. 재정을 먼저 투입해 AI와 첨단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제성장률과 세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에 가깝다.
정부의 구상대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재정지출 증가에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반도체 경기와 세수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가채무 부담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도 있다.
2030년 대한민국은 정부 재정지출 1천조원, 국가채무 1700조원 시대를 동시에 맞을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은 예산 규모 자체보다 늘어난 재정이 실제 경제성장과 일자리, 소비, 투자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회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