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4조원 늘면서 오히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전체 가계대출만 보면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주택 관련 대출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가계부채가 본격적인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98조3천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4천억원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5월 6조9천억원, 6월 7조6천억원까지 확대된 이후 7월 5조5천억원, 8월 3조4천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8월 증가 규모는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주춤했는데 주담대는 4조원 증가
눈에 띄는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다.
8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52조5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원 증가했다. 7월 증가액인 3조5천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5천억원 확대된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주담대만 다른 움직임을 나타낸 셈이다.
한국은행은 전세자금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이후 수도권 주택거래와 7~8월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주가 늘어나면 잔금대출 수요가 함께 발생한다. 실제 대출 실행 시점과 주택 거래 시점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앞선 주택거래 증가가 뒤늦게 주담대 통계에 반영될 수도 있다.
신용대출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 낮춰
반대로 기타대출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7월 2조원 증가했지만 8월에는 6천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 감소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을 낮추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전체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한 흐름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6천억원 증가했다. 7월 증가액 6조4천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그러나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3천억원 늘어 7월 3조6천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반면 기타대출은 1조7천억원 감소했고 신용대출 역시 5천억원 줄었다.
가계부채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
이번 통계에서 중요한 것은 가계대출 총액뿐 아니라 대출의 구성이다.
신용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담대 잔액이 952조원을 넘어선 만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향후 가계부채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회사별 대출 총량 관리와 함께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상황 등을 점검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주담대 흐름이 더 중요하다
향후 가계대출의 방향을 판단하려면 수도권 주택거래와 입주 물량,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전체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8월 금융시장 동향은 ‘가계대출 둔화’와 ‘주택담보대출 확대’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여준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과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정책이 실제 주담대 증가세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국내 가계부채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